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어린이도청

송시열의 호는 우암 또는 무재이다. 이 중 '우암'이 널리 전해지고 있다. 우암 송시열은 '송자'라고 일컫기도 한다. '송'은 송시열은 높여 칭하는 말이고 '자'는 공자, 맹자, 순자 등과 같이 성 아래 붙여 성인을 뜻하는 것이니 곧 송시열을 성인으로 우러르는 칭호이다.

송시열은 1607년(선조 40) 11월 12일, 충북 옥천군 이원면 구룡촌 외가에서 출생하여 여기서 26세까지 살았으며 그후로는 회덕 지방에서 주로 살았기 때문에 회덕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이 3세 때 글을 익힐 정도였고 7세때에는 형들이 읽는 글 소리를 듣고 그대로 받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율곡의 학문을 제일로 여기고 그 학설을 한층 더 빛낸 사람이기도 한데 이는 그의 아버지인 송갑조의 영향이 컷던 때문이다.

"공자의 학문을 이어 받은 사람은 주자였지만 주자의 학문을 이어 받은 사람은 율곡이었다. 때문에 주자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율곡의 학문을 배워야 한다."

하고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늘 이렇게 일렀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어찌나 공부에 열심이었던지 집에서는 물론 산속 절까지 찾아가 글을 읽었으며 그런 그를 보고 어른들은,

"송시열은 이 다음에 반드시 이율곡 같은 훌륭한 학자가 될 것이다."

하고 칭찬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22세 때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3년 동안 그의 아버지 묘를 지키며 지내다가 24세 때, 당시 율곡의 제일가는 제자로 이름높던 김장생을 연산 땅까지 찾아가 성리학과 예학을 배웠는데 그가 이듬해인 1631년 세상을 떠나자 다시 그의 아들인 김집에게 학문을 닦았다. 스스의 집까지 50리 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다녀, 이 때 단련된 걸음으로 해서 뒷날 노인이 되었을 때도 젊은 제자들이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잘 걸었다고 전한다. 27세 때인 인조 11년에 그는 생원시에 응시하여 당당히 정원급제하였는데 당시 대제학으로 있던 최명길이 그의 답안지를 보고

"드물게 보이는 큰 선비가 태어났으니 중국의 도학이 우리나라로 옮겨진 듯 하구나!"

하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하니 가히 그의 실력을 알만 하거니와 이로 인해 2년 후 그는 왕자인 봉림대군(후에 효종왕)의 스승으로 임명되어 정성을 쏟아 가르쳤고, 그의 학식과 덕행에 봉림대군은 그를 깊이 존경하여 가르치는대로 잘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병자호란이 일어나 왕이 남한산성으로 피난가고 마침내는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항복하는 치욕을 당해, 봉림대군과 그의 형인 소현세자가 청의 인질이 되어 중국 심양으로 끌려가자, 송시열은 즉시 시골로 내려가 10여 년간을 묻혀 살면서 일체의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에만 몰두하였다. 그러다가 1649년 인조가 승하하고 인질에서 풀려난 봉림대군이 왕위에 올라 효종이 되어 존경하던 스승 송시열을 부르니 그는 거절하지 못하고 대궐로 들어왔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갖은 설움을 당한 효종 임금은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북벌(청나라를 침)의 뜻을 대신들에게 내비쳤다. 그러나 강한 청나라를 친다는 것은 위험하다며 많은 대신들이 반대했다. 이 때 송시열만은 북벌에 찬동하지만, 먼저 나라의 기강을 잡아 힘을 기른뒤에 일을 도모하자고 제의했다. 이를 받아들여 효종 임금은 먼저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조정의 대신 중 인품이 좋지 않은 김자점 일파를 몰아내고 임금 자신이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실행하는 등 북벌의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임금에게 쫓겨난 김자점이 효종의 북벌계획을 청나라에 일러바친 것이다. 청나라가 그냥 있을 리 없었다. 곧 협박과 문책을 임금에게 가하니 북벌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나라는 다시 어지러워졌다. 이에 송시열은 다시 벼슬을 버리고 시골로 내려갔고 그후 1653년(효종 4) 충주목사, 1654년 동부승지 등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사양하고 은둔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중 효종 임금은 다시 북벌의 결심을 송시열에게 비밀리에 전하고 대궐로 돌아오기를 간곡히 전하니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는 다시 돌아와 이조판서가 되었다. 그러니 효종의 송시열에 대한 신임은 더욱 굳어졌다. 북벌계획은 물론 모든 일을 송시열과 둘이서만 의논했다.

그런데 1659년 5월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효종이 말타기 연습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몸이 불편한데다가 귀밑에 종기가 나 시달리고 있던중인데, 연일 북벌계획을 짜느라 쌓이고 겹친 피로 때문에 귀 밑의 종기가 악화되어 치료 받던 중 그만 승하하신 것이다. 송시열의 슬픔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그의 모든 꿈을 잃게 하는 일이었다.

이때 조정에서는 상복문제가 일어났다. 즉 효종의 계모인 조씨가 어떤 상복을 입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때 송시열이, 예법에 의하면 맏아들(적자)이 죽으면 3년복을 입어야 하지만 효종은 둘째 아들이니 1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하여 그렇게 했다. 그런데 윤후를 비롯한 몇명은 이에 반대했다. 즉 효종이 둘째이긴 하지만 적자로 왕위에 올랐으니 그게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간 송시열이 예법에 따라 행한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어 비판하면서 그를 비방했다. 그러다가 현종 15년에 효종의 왕비였던 인선왕후가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다시 상복 문제가 일어났다. 예조에서는 먼젓번에도 1년복을 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말을 들은 현종이 화를 냈다.자기 아버지인 효종을 둘째라 하고 자기 어머니인 인선왕후를 둘째며느리라 하여 격을 낮추려는 속셈이 무엇이냐며 송시열의 제자들을 조정에서 몰아내 버렸다. 이로 인해 송시열은 제자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벼슬에서 물러나 시골로 내려가 자기에게도 내려질 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현종이 갑자기 승하하고 숙종이 14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 숙종은 송시열에게 돌아간 자기 아버지인 현종 묘비문을 지으라고 했는데 송시열은 이를 사양했다. 이유는 이미 선왕에게 죄를 지은 사람에게 어떻게 떳떳이 붓을 들어 묘비문을 지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지극히 인간다운 양심이었다. 이를 기회로 반대파인 남인들이 일어났다. 송시열은 선왕 때 두번이나 예를 그르친 일이 있는데 왜 그 죄를 묻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송시열의 서인들도 맞서 변호했으나 끝내 숙종은 송시열을 귀양보내고 말았다. 1675년(숙종 1) 나이 66세였다. 그는 덕원, 장기 그리고 숙종 5년엔 거제도로 옮겨져 위리안치되었다.

이런 귀양살이 기간 중에도 반대파에선 송시열을 죽여야 한다고 했으나 이것만은 숙종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권을 잡은 남인쪽에 뜻하지 않은 변고가 일어났다. 그것은 남인의 우두머리인 영의정 허적이 임금의 허락도 없이 제멋대로 나라의 천막을 자기집 잔칫날 썼기 때문에 숙종의 노여움을 산 것이었다. 이로 인해 남인들은 모두 쫓겨났는데, 게다가 이에 불만을 품은 허적의 아들 허견이 난을 꾸민 일이 벌어져 허적 일파와 윤후 등을 사형에 처했다. 이리하여 송시열은 귀양살이 5년만인 숙종 5년 5월에 풀려나 다시 벼슬길에 오른다. 그리하여 서인의 세상이 되었는데 이번엔 또 같은 서인이면서 그의 스승인 김장생의 손자인 김익훈이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남인을 완전히 몰아내려다가 탄로가 나 같은 서인들까지도 비방하고 나서는 바람에 숙종은 이를 송시열과 의논했다. 이 때 송시열이 스승의 손자라는 인간 관계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를 살려주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같은 서인들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는 결국 책임을 지고 77세로 벼슬을 사직했다. 떠나는 그에게 왕은 '봉조하'라는 벼슬을 내렸다. 조선 550년 동안 단 몇 사람밖에 받지 못한 벼슬로서 죽을 때까지 나라에서 보살펴 주는 것이었다.

그 후 숙종 14년에 왕의 후궁인 숙원 장씨가 아들을 낳았다. 왕비인 민씨에겐 소생이 없었기 때문에 숙종은 대단히 기쁜 나머지 갓난 아이를 세자로 봉한다고 선언하고 숙원 장씨를 희빈으로 봉했다. 여기에 송시열은 반대의 뜻을 표하면서,

"세자로 봉하기에는 너무 이른 듯 하오니 좀더 기다렸다가 결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줄 압니다."

하고 상소를 올렸다. 이것이 숙종을 노하게 했다.

"이미 결정한 것을 반대하다니 이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되자 소론파와 남인들이 기회를 타서 송시열을 몰아쳤다. 마침내 숙종은 송시열을 돕는 자도 용서를 하지 않겠다고 불호령을 내리고 제주도로 귀양을 보내고 만다. 그리고 그해 6월 서울로 압송해 오다가 정읍에서 사약을 내렸다. 그는 사약을 받고,

"천지만물이 생긴 까닭과 성인이 만사에 응하는 길은 오직 '믿을 직'자 한 자 뿐이다."

라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1689년(숙종 15) 6월 8일 그의 나이 83세였다.

그는 살아생전 방대한 저서와 문집을 남겼는데 「주자대전차의」「주자어류소분」 「이정서분류」「논맹문의통고」「경례의의」「심경석의 찬정소학언해」「주문초선」 「계녀서」등의 저서와 「우암집」「송자대전」「송서습유」등의 문집이 있다.

1694년(숙종 20)에 다시 서인이 세력을 잡으면서 다시 벼슬이 주어졌고 '문정공'의 시호를 받았으며 전국 70여 개소에 이르는 서원에서 제사를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