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내가 사는 충북은 충북의 문화 민담 민담 sns 공유 트위터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블로그 공유하기 URL복사 인쇄하기 민담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제공 거지소년과 옥피리 내용 거지소년과 옥피리 제보자 : 곽순옥 (여) 조사지 : 청주시 용담동 옛날 충청도 산골에 일찍 부모를 여의고 떠돌아 다니는 소년이 있었다. 본디는 양반이었으나 몹쓸 병으로 한 마을에 휩쓸려 소년 혼자만 살아 남았다. 그런데 이 소년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즐겨 불던 옥피리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구걸을 했다. 한날 이 소년은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이초시(李初試)네 집으로 들어가 담 모퉁이에서 국수를 얻어 먹는데 한 나이 많은 선비가 앞으로 다가 왔다. "얘 너 몇살이냐?" "아홉살입니다." "성은?" "김가유." 소년은 비록 빌어는 먹지만 똑똑하고 당당할 뿐 아니라 용모 또한 뛰어났음을 알아차린 선비는 소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갔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선비의 집에는 딸 세자매가 있는데 맏이는 교만하고 매정하며 둘째는 심술 맞고 욕심이 많았으나 세째는 상냥하고 인정이 있었다. 그날 부터 소년은 선비의 가까이서 심부름도 하고 잠도 툇방에서 잤다. 소년이 사랑에서 안으로 심부름을 가면 큰딸은 거러지 새끼가 뭐가 귀여워서 데리고 왔는지 모른다고 했고 둘째는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으니 안채에 출입을 하지 말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세째만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언니들이 아무 말을 하더라도 참고 견디라고 소년을 위로 했다. 소년이 하는 심부름이란 언제나 선비의 친구가 오면 술상을 내는 일이요 아니면 친구를 불러오거나 편지를 전하는 따위의 일이기 때문에 소년은 언제나 선비가 쓰고있는 사랑채에 머물러 있으므로 선비는 가끔 소년에게 글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소년은 총명하여 한 자를 가르치면 두 자를 깨우치고 한번 배운 것은 잊어버리는 적이 없었다. "저까짓 상것 공부는 왜 가르치누?" "상것두 배우면 안 배운 것 보다 낫지." 때로는 세 자매 사이에 이런 다툼이 오갔고 그때마다 언니들은 세째를 몰아세우며 네년 서방이 될 것이라고 놀려댔다. 김소년은 선비가 공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틈틈히 공부를 했고 손님이 오면 문 밖에서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며 때로는 운자(韻字)를 놓고 짓는 시 귀절을 새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선비의 집안에서 잔치가 벌어져 집안 식구가 모두 잔치집에를 가게 되었다. 소년도 잔치집에 함께 가려고 했지만 딸 둘이 성화를 해서 가지 못하고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소년은 울적한 김에 참으로 오래만에 소중히 간직했던 옥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일까 소년은 잠이들고 꿈에 노인이 나타나 이르기를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이 옷을 입고 저 말을 타고 잔치 집으로 가보아라. 그러나 이집 식구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되느니라" 소년이 깨어보니 보자기에 비단옷과 가죽신이 쌓여 있고 말 한 마리가 외양간에 매어있는 것이 아닌가? 소년은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피리를 허리에 차고 말을 달렸다. 잔치집에 당도한 소년은 말을 문 밖에 매어두고 피리를 불며 문안으로 들어서니 그 고은 음과 신묘한 소리에 놀란 잔치꾼들이 꿈을 꾸듯 즐거워 했고 주인은 버선발로 쫓아나와 극진한 대접을 했다. "과연 신적(神笛)이 로다." 잔치집에 모인 선비들은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처녀들은 가슴을 조이며 미소년을 훔쳐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니" 언니들과 함께 대청에 앉은 소년을 훔쳐보던 세째 딸이 놀라 살펴보니 그 소년은 틀림없이 아버지의 종자였다. 잔치가 파하기 전에 소년은 손님들이 주는 많은 사례를 받아들고 말을 몰아 집으로 돌아 왔다. 소년은 옷을 벗어 외양간에 감추고 나니 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사례로 받은 돈을 마루 밑에 숨긴 다음 그는 천연스레 책을 읽고 있었다. "저 맹취 주제에 공부는 해서 뭐해?" 큰 딸은 표독스럽게 한 마디를 하더니 낮에 본 총각이 얼마나 훌륭하냐는 둥 저희끼리 이야기하며 안으로 사라졌다. 그 후 소년은 잔치집이 있으면 몰래 나가 피리를 불어주고 많은 돈을 벌어 왔다. 이 고을 뿐 아니라 이웃 고을에서도 소년의 옥피리 소리는 이름을 떨쳤지만 그 소년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날 소년이 옷보따리를 들고 협문을 나서는데 선비가 불렀다. 놀라 돌아보니 옆에 세째 딸이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서 있었다. "어서 다녀오너라." 소년은 그날 귀로에 모든 사실을 선비에게 말하리라 결심했다. 소년의 말을 들은 선비는 내 일찍이 네가 비범해 보이길래 너를 아들을 삼을까 하였으나 세째가 너를 사모하는 마음이 깊으니 사위가 되어줄 수 없느냐고 했다. 소년은 한편 기쁘고 한편 두려웁고 민망스럽기도 했지만 제가 모은 돈이 천냥이 되는 날 확답을 하겠노라 했다. 선비는 쾌히 승낙하고 더욱 소년을 귀여워하며 글도 열심히 가르쳤다. 세월이 흘러 맏딸이 시집을 가고 둘째가 또 시집을 가던날 선비는 소년을 불러 돈 천냥이 언제 채워지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아마 제가 과거에 급제 하는 날이 되어야 채워지겠지요." 하며 웃었다. 소년은 피리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힘껏 피리를 불었다. 갑작스러운 피리소리에 놀란 식구들이 사랑으로 나왔다. "아니 저 애가....." 집안 식구들은 놀랐고 큰 딸과 둘째딸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소년은 마루 밑에 숨겼던 엽전을 꺼내 선비 앞에 놓으며 이 돈은 삼천냥에 두냥이 모자라니 두 따님에게 천냥씩 주시고 두냥 모자라는 것은 제가 과거를 본 다음에 채우겠다고 했다. 두 딸은 스스로 소년 앞에 나와 사죄하며 돈 받기를 사양하니 뒤에 섰던 세째딸이 말하기를 "언니들 괘념치 말고 받으시요" 그 후 소년은 과거에 급제하고 결혼하여 선정을 펴면서 잘 살았다고 한다. 파일 목록 이전글 뜻대로 되는 피리 다음글 삼대를 꺼트리지 않은 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