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꿈을 키우는 나무,
우리는 충북의 미래입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충청북도 도청

민담

민담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제공
복 덩어리 백정(白丁)의 딸
내용

복 덩어리 백정(白丁)의 딸

옛날 어떤 대감이 외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관상을 보니 자기가 죽으면 거지가 될 팔자였다. 그래 부인보고,

"저 애가 나만 죽으면 거지가 될 상이라니 복 있는 며느리를 얻어서, 거지를 면하게 해야 되겠오."

하고는 복 있는 며느리를 구하러 말을 타고 사방 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러 쉬게 되었는데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머리에 이고 가는 처녀를 보니 아주 복덩어리였다. 그래 그 처녀를 따라가 보니 그곳 백정(白丁)의 집이었다. 대감이 주인을 찾으니,

"누구신지요?"
"내가 아무 대감이다"

하니 대번 엎드린다.

"내 자네에게 긴히 할 부탁이 있어 왔는데 꼭 들어주게. 자네 딸을 내 며느리로 주게"
"대감 소인을 죽일려면 그냥 죽이십시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청혼하는 것이니 거절 말게나"

하고는 억지로 사주 택일해 가지고 집으로 와서 부인에게,

"내가 복덩어리 며느리를 구했오. 그런데 그게 백정의 딸이니 자식의 장래를 위해 절대 비밀로 하시오."

하고는 받은 날대로 대례를 올려가지고 며느리로 삼어서 살았다. 그런데 이 대감이 죽고 나자 자기 부인이 백정의 딸이라는 사실을 안 대감의 아들은 당장,

"내 대감의 아들로 너 같은 상것하고는 살 수가 없다. 비록 아버지가 정한 배필이지만 가거라."

해서 내쫓아 버렸다. 그러자 그 백정의 딸은 친정으로 갈 수도 없고 그냥 정처없이 가다가 날이 저물어 어떤 외딴집에 찾아가니 할머니가 숯을 굽는 떠거머리 총각 아들 하나를 데리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래 들어가 자게 되었는데 단칸방이라 곤란하자 그 아들이,

"제가 저 산너머 가서 자고 오겠습니다."

하고 나가자 그 백정 딸이

"아닙니다. 객이 주인을 쫓다니요? 그냥 잡시다"

그냥 한방에서 자게 되었는데 서로 잠이 오질 않아 이야기하다가 백정 딸이,

"나는 갈데가 없는 사람인데 보아 하니 혼자 사는 것 같으니 나랑 같이 삽시다."

하니까 할머니와 아들이 모두,

"무슨 말씀이오? 댁같은 귀부인이 여기서 살다니 말도 안 됩니다."

한다. 그래도 자꾸 청하자 나중에는 승락해서 그날 밤으로 냉수 한 그릇 떠 놓고 행례를 치르고 같이 살게 되었다. 그래 그 이튿날 아침에 밥을 하러 부엌에 나가보니 부뜨막 이맛돌이 황금덩어리였다. 그래 아침을 먹고 숯을 구우러 가는 남편에게,

"오늘부터는 숯을 굽지말고 나하라는 대로만 하시오. 저 부뚜막 이맛돌을 빼내고 다른 것을 갖다 놓으시오"
"왜 그걸 빼라는 거요? 그것 아주 튼튼한데......"
"글쎄 나하라는 데로만 하시오."

어쩔수 없이 다른 돌을 가져와 그걸 빼고 대신 끼워놓고는, 다시

"오늘부터 마당에 돌을 져다가 탑을 쌓으시오."

그래 매일 돌을 져다 탑을 둥그렇게 쌓아놓고 그 위에 부뚜막에서 뺀 이맛돌을 얹어놓으니 서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런데 그 산 밑에 큰 부자가 사는데 이 서기를 따라와 보니 그 집 마당에 쌓아놓은 탑 꼭대기에 황금덩어리가 있어 그걸 본 부자는 욕심이 나서.

"저 탑하고 우리 집 보물하고 바꾸자"

하니 부인이

"좋다."

고 해서 바꾸게 되었는데 부인이 남편보고

"보물 가질러 가거든 맨위에 있는 것을 주는가 잘 보고 오시오."

해서 가서 보니 맨위에 있는 보뭍은 내려놓고 나머지만 주어 가지고 왔다고 얘길하니까,

"우리도 저 위에 있는 것은 내려놓고 주시오."

하니 그 부자가,

"여보 저 위에 있는 걸 왜 안주는거요?"
"당신도 맨위에 있는 걸 안 주니 우리도 못 줍니다."

하니까 부자는 보물만 뱃기고 금덩어리를 못 가져가게 되었다. 그래 부자집에서 가져온 보물과 금덩어리를 팔아 큰 부자가 되어 아들 삼형제까지 낳고 잘 살게 되었다. 그런데 하루는 남편에게

"여보 우리가 이제 만석꾼이 되어 잘 살게 되었으니 거지잔치 한번 합시다."

하니 남편도,

"당신 맘대로 하시구려."

해서 한달간 거지잔치를 한다고 방(榜)을 붙이니 그 날부터 거지들이 모여들어 대접을 하는데 부인은 혹시 대감 아들인 전 남편이 오나하고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가 마지막날 전 남편이 거지 중에도 상거지가 되어 왔다. 그래 하인에게.

"저 거지를 목욕 시키고 새옷을 입혀서 객실에 모시고 주안상을 떡 벌어지게 차려 대접하라.

이르고 나서 나중에 부인이 객실에 나가

"나를 알아 보시겠습니까?"

하니 그제야 자기 본 부인을 알아보고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고 앉았다. 그러자 부인이,

"당신이 날 소박했으나 난 잘 살고 당신은 거지가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나하고 살면 부자로 잘살텐데 날 헌 마누라라하지 않고 다시 살 수 있겠습니까?"

하니 전 남편이야 헌마누라가 아니라 거지라도 고생만 안한다면 더 바랄게 없어,

"염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걸 바라겠습니까?"

하고 모기소리처럼 대답했다. 그러자 지기의 남편을 불러서,

"이 사람이 제 본 남편입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소박을 맞고 당신하고 살아서 부자도 됐고 또 아들 3형제까지 두었지만 본 남편이 거지가 되어 고생하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 재산을 갖고 아들 데리고 살면 난 이 본 남편과 같이 고향에 가서 재산을 몰고 살고자 하니 허락해 주십시요"

하니 지금 남편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둘이 떠나려하니 지기 남편이,

"이 재산은 다 당신이 몰은 것인데 반은 가져 가시오. 난 반만 있어도 충분히 살 수 있오."
"고맙습니다"

그 재산 반을 가지고 고향에 와서 본 남편하고 집도 옛날보다 크게 장만하고 재산도 더 늘리고 또 아들 3형제 나서 잘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韓國口碑文學大系, 1981>

파일